광주 이야기

 


광주광역시 북구 중외공원 내에는 전통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무등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등정이란 이름은 없을 무(無)에 오를 등(登) 자를 사용하는데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뜻과 함께 승패의 의미가 없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자태를 뽐내는 무등정은 광주 내에서 전통 활 쏘기를 체험할 수 있는 3곳 중 한 곳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구 사직공원 내에 위치한 관덕정이며, 광산구 소촌동에 있는 송무정에서도 활 쏘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추억이 살아 숨쉬는 전통 국궁장, 광주 무등정에 오르다!

 


무등정에 오르니 처음 국궁을 배우기 시작한 2006년이 떠오릅니다. 눈 내리는 날, 온 세상이 하얗던 날에 저는 활을 당기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기본자세만 3개월 정도 연습했는데, 빨리 쏘고 싶은 마음에 조영석 명궁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본기를 오래 연습한 덕에 활을 오래 쉬었어도 홀로 연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추억들이 어려있어 무등정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처음 무등정을 찾아오는 분들은 이곳을 잘 찾지 못합니다. 중외공원 안에 있는 호수 옆으로 난 길로 차를 몰아야 하는데, 보통 공원 안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생소해 헤매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광주체육고등학교 정문 앞 정류장에서 내려 중외공원 호수를 옆에 끼고 걸어 들어오면 됩니다.

 


중외공원 입구에는 무등정의 위치를 알리는 간판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오래된 나무 간판이었지만, 지금은 세련된 간판으로 바뀌었는데요. 예전의 나무 간판이 조금 더 운치 있고, 전통을 알릴 수 있기에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전통이 많이 사라지는 지금, 전통 활 쏘기를 하는 곳에도 현대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통을 지키는 곳이라면 불편하더라도 전통 그대로의 원형을 유지해 후세에도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통이 남아있는 무등정 활터에서 활 쏘기를 준비하다!

 


광주 무등정은 오랜 전통의 활터답게 건물도 꽤 역사가 흘러있습니다. 무등정에 도착하면 회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활터 안에 있는 정간(正間·활 쏘기 전 목례를 하며 예를 갖추는 현판)에도 인사를 하는데요. 정간에 인사를 건네는 일은 활을 쏘기 전,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스스로 ‘잘 쏘겠노라’ 다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정간에 하는 인사 자체가 활터의 전통이기에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는 데 의미가 있겠죠?

 


처음 활 쏘기를 시작하는 분들은 우선 입회한 뒤 소정의 가입비를 내면 정식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식 회원이 된 뒤에는 활 잡는 법부터 자세까지 차례대로 배우게 되는데요. 활 쏘기를 배우면서 자신의 몸에 맞는 활을 구입하면 됩니다.

사범님께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을 배우고 나면 사대(활을 쏘는 곳)에 서게 됩니다. 그전까지는 활을 쏠 수 있도록 기본자세를 수도 없이 연습하고, 화살이 줄에 묶여 있는 장소에서 많이 쏴봅니다. 그런 뒤에야 145m 떨어진 사대에 서서 활을 쏠 수 있는 것입니다.

 


평일 오전에 광주 무등정을 방문했는데도 많은 동호인들이 벌써부터 활을 쏘고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활 쏘기 국궁의 인기가 대단했는데요. 거궁(활을 쏘기 위해 올리는 자세), 만작(활을 최대한 당기는 자세), 발시(발사) 순으로 활을 쏴 과녁을 맞추면, 직원 분이 ‘관중이요~’라는 외침과 함께 깃발을 흔들어줍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여전히 무등정 활터에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활을 쏘려면 화살 한순(5개)을 가지고 들어갑니다. 여러 명의 회원이 있을 때에는 한꺼번에 들어가서 활을 쏘고 같이 나오는데요. 왼쪽부터 선배가 서고, 그 뒤로 후배가 섭니다. 우선 앞사람이 활을 쏜 후 과녁에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의 사람이 활을 당겨 쏩니다. 처음 활을 쏘는 사람은 ‘활 배우겠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서 활을 당겨야 합니다.

화살 한순을 모두 소진했을 시, 직접 과녁까지 걸어가 화살을 챙겨와야 합니다. 오전에는 활터 직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직원들이 도르래를 활용해 과녁에서부터 사대까지 화살을 전달해줍니다.

 

 

 양궁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국궁의 매력을 살피다!

 


보통 일반인들은 양궁과 국궁의 차이를 많이 물어봅니다. 서로 비슷해 보이는 탓인데, 사실 국궁과 양궁은 과녁 거리부터 장비까지 상당히 다릅니다. 국궁은 소뿔을 불로 달구고 구부려서 만든 전통 활인 각궁을 일컫는데, 지금은 카본궁이라 하여 현대식으로 개조됐습니다. 다만 활 쏘는 방식은 전통방식대로 쏘기 때문에 양궁에 비해 절차가 많습니다. 또한 국궁은 그날의 바람, 컨디션 등을 몸으로 익혀 자세와 방법을 연습해야 합니다. 하지만 양궁은 활의 영점을 맞추는 등 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동호인들에게 24시간 개방돼 있는 무등정의 활터!

 


광주 무등정의 활터는 24시간 개방됩니다. 활을 쏘기 시작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활터에 와서 연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이른 새벽에 와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활을 쏠 수도 있고, 밤늦게 하루 일과를 끝낸 뒤 보름달과 함께 활을 쏘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조차 그날의 운치가 있는 것이 전통 활 쏘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무등정 활터에는 활 쏘는 동호인들이 지켜야 할 예법인 활터 9개훈이 있습니다. 이는 활이 나라를 지켜내는 무기이기도 했지만, 양반들이 즐기는 하나의 풍류였기 때문인데요. 예전에는 활 쏘는 사람들을 한량이라고 표현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 예법은 무언습사(無言習射)입니다. 활을 쏘기 위해 사대에 섰을 때는 서로 잡담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활 쏘기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잡담하며 방심하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일시천금(一矢千金)입니다. 화살 하나를 금으로 표현했는데요. 그만큼 화살 하나하나를 쏠 때 신중하게 쏘라는 표현입니다.

 


2006년 처음 활을 배우러 갈 때에는 젊은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현직에서 퇴직한 교장 선생님, 경찰관, 은행원 등 활을 쏘며 노후를 보내기 위해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활>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뒤부터 젊은 사람들도 국궁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20~30명이던 회원 수가 이제는 100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는 광주 무등정! 여러분도 무등정에 방문하여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국궁을 체험해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주 무등정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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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매곡동 408-6 | 광주 무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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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대중 2017.05.17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도 글도 아주 큰 도움이 되네요.

  2. H,Sug 2017.05.17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길수 있다니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시간 체험해봐야겠어요.몸과 마음이 정신수양 될거같네요~^^